형을 너무 좋아하는 아기 밤이

추밤이야기

형을 너무 좋아하는 아기 밤이

추밤 2020. 11. 11. 16:40

시간이 지날수록 후추도 점점 밤이와 지내는게 익숙해져가는 것 같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깽이 때문에 후추가 귀찮아서 짜증낼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이는 꽤 좋은편인 것 같다.

가리가리도 두개고 숨숨집도 있고 쿠션도 있었지만 꼭 형이 먼저 누워있던 가리가리에 눕는다. 형이 가진게 탐나서인지, 아직 아가라 어른 고양이품이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다.


둘이 잡기 놀이도 곧잘 한다. 후추는 밤이가 오기 전 나랑 잡기놀이 하는걸 되게 좋아했다. 근데 밤이가 오고 난 후 쉴새없이 둘이서만 잡기놀이를 했다.

밤이 잡으려고 시동거는 중
돈고는 모른 척 해주세요

서로 잡고 잡히고, 물고 물리고, 사이좋게 번갈아가면서 잘 놀았다. 후추는 순둥이라 힘조절을 정말 잘했다. 밤이에게 교육시킬때 아니면 절대 쎄게 물지 않았다.
병원에 갈때마다 의사쌤들도 전부 후추는 겁이 많긴 하지만 공격성이 하나도 없고 정말 순둥이라고 하셨다. 나한테만 매콤한 후추..


이불틈에 숨은 밤이
그런밤이 잡는 추야


둘이 우다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함께 가리가리에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사실 처음엔 후추가 혼자있을때는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너무 심심할 것 같고 또 꽤나 (고양이에게만) 사교성이 좋은 후추를 위해 밤이를 데려왔었다.
너무 인간중심적인 생각 아닐까? 하고 밤이를 데려오고 나서도 늘 고민하고 걱정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은 한건 아닐까하고.


밤이도 이전 집에선 눈치를 꽤나 많이 보며 지냈다고 했다.(임보집에 성묘들이 많아서 쭈구리였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원래 성격이 쫄보고 소심한 편이라 다른 형제들이 엄마젖을 먹을때 밀려나서 개월수에 비해 몸이 작았던게 아닐까 싶다. (밤이가 4-5개월령에 데려왔는데 크기가 2.5~3개월령의 아깽이들만큼 작았다.)

우리집 와서 맨날 형아꺼 뺏어먹고 형한테 치대고 대자로 누워있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밤이도 소심한 모습이 점점 줄어들고 진짜 형제고양이같은 모습을 보니 내 선택이 나쁘지 않았구나 싶다.


실제로 밤이가 오고나서부터 후추는 나에게 애교부리는 횟수가 줄었다. 그전엔 퇴근하고 현관을 열면 늘 토도도독 복층 계단을 타고 내려와 내게 부비부비하며 인사를 해줬다. 밤이가 오고 난 이후로 현관을 열면 이제 밤이가 복층에서 내려와 인사해주고 후추는 복층에서 가리가리에 누워 날 쳐다보기만 한다.

혹시 서운해할까봐 올라가서 후추에게 인사하려 하면 늘 그렇듯 내 손길을 슬금 피한다.(원래도 후추는 손길을 늘 피함)

전보다 후추가 덜 외로운거겠지라며 괜히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쨋든 좋은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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