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2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뀐 날이다. 후추를 집으로 데려왔던 날이다.
후추는 친한 친구가 구조한 아기 고양이였다. 임보 당시 이름은 뚜부. 두부였나?
후추는 장마철에 친구네 집 근처 웅덩이에서 구조되었다. 아마도 형으로 추정되는 고양이와 둘이 같이 웅덩이에 서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구조했다. 형으로 보이는 고양이는 사람이 다가오자 바로 도망가서 구조하지 못했고 후추(그때당시 두부)는 도망갈 힘도 없었는지 친구 손에 쉽게 잡혔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친구가 보내준 사진 한 장에 반해버렸다.
이 사진을 보고 나는 후추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했다. 아니 결심했다기보단 고민했다.
원래 독립하고 생활이 안정되면 고양이를 꼭 데려오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은 너무나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자취를 시작한 지 1년도 안된 상태였고 다니던 회사도 외근, 장기 출장이 너무 잦아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었다.
정말 너무 데려오고 싶었지만 더 좋은 주인을 만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입양을 반려했다.
고작 이틀 지나고 저 사진이 너무 아른거려 하루에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데려와서 같이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사실 정말 그러면 안 되지만, 에라 모르겠다. 도저히 안되겠으면 그냥 회사 때려치지 뭐!라는 생각으로 결국 입양을 결정했다.
그때 생각하면 되게 어렸다 싶긴 한데.. 암튼 과장님한테 고양이 때문에 출장 못간다. 나 이제 집 못비운다고 선언했다.
그러면 집에서 근무하게 해줄 테니 밤샘 업무라도 하라고 했다. (그 회사는 진짜 개떡같은 회사다. 출근하다 차라리 교통사고 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거지 같은 회사였다.)
후추가 우리 집에 오기까지 기다리며 친구에게 받았던 사진들..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혼자 다한다 암튼..
안 데려오고 어떻게 배길 수 있는지..?
설레는 맘으로 안양에서 효창공원이였나..숙명여대였나? 암튼 그 근처까지 가서 후추를 데리고 택시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타고 집에오는 그 40~50분이 3시간 같았다.
결국 후추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고 밤샘 업무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과장님이 슬슬 눈치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고 그 지옥 같던 곳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었고 아주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금은 고앵이 두 마리를 반려하고있다. 개꿀^^
후추는 내 인생에 아주 복덩이다. 후추가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 거지 같던 회사에서 쉽게 탈출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새 3살이 훌쩍 넘은 나의 평생 베이비 쏘큐트 타이니캣 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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