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화장실이 정말 중요한 이유(feat. 병원비 바사삭)

추밤이야기

고양이에게 화장실이 정말 중요한 이유(feat. 병원비 바사삭)

추밤 2020. 10. 15. 12:44

후추는 어렸을때부터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좀 있었다. 진드기, 허피스, 결막염, 곰팡이 피부병까지 아깽이들이 자주걸리는 병은 하나씩 걸려봤던 것 같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모든 집사들이 그렇듯 나도 너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들다.

자신에게 반한 후추;;

그리고 한 일년 반정도는 다행히 큰병 없이 잘 자라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근데 정말 너무 순한 성격탓인지 내가 눈치를 못채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날 갑자기 화장실을 쓰는데 제대로 볼일을 보지 못하고 야옹거리기 시작했다.

이때 생각하면 아직도 너무 아찔하다. 화장실에서 안절부절해하면서 볼일을 못보고 나오길 무한반복했다. 한두방울 쥐어 짜내고 다시나오고, 쥐어 짜내고 다시나오고..
처음겪는 일이라 나는 변비인가? 싶었다. 왜냐면 저때 막 새사료를 바꿔줬기 때문에 바꾼 사료가 원인인줄 알았다.

습식으로 바꿔주면 괜찮겠지 싶어서 건사료를 모두 치우고 캔으로 줬는데도 차도는 전혀 없었다.
모래도 바로 두부에서 벤토로 바꿨지만 증상은 동일했다. 이거 예삿일이 아니겠다 싶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병원 진료시간이 되자마자 후추를 바로 데려갔다.
그당시 집 바로 근처에 고양이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게 불행중 다행이였다.

슬러지로 인해 오줌을 못누고 있던 상황이였다. 내 기억으로는 저때 당시 하루 반정도를 지켜봤던 것 같다. 너무 오래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했다. 수의사님이 좀만 더 늦었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다며 지금이라도 데려와서 다행이라 하셨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수액을 맞게했다. 다행히 급한 오줌은 바로 싸게 만들어 당장 위급한 상황은 모면했다. 진료가 끝나고 약이랑 처방사료 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무엇이라고 하나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다 하셨다.

한 일주일정도가 지나갈 무렵, 전보다 증상은 덜한 것 같으나 여전히 볼일을 시원하게 못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봤다.

수의사님께서 후추 배를 만져보시더니 방광염은 아니고 당장 위험한건 아니니 너무 걱정말라 하셨다. 모래도 벤토고 화장실도 2개이며, 간격도 떨어졌는데 증상이 계속되는거라면 화장실의 위치가 문제일 수 있다 하셨다. 아! 그리고 집에 외부인 오는거..그것도 후추에게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하셨다.

집 가자마자 화장실 위치를 둘다 바꿔주고 당분간 친구들은 초대하지 않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당장 슬러지가 다 없어진다는건 불가능하지만 전처럼 화장실에서 야옹야옹 울어대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사라졌고, 전처럼 다시 물을 잘 마시기 시작했다. 화장실의 위치가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 사람 화장실에 고양이 화장실을 두는경우가 있는데, 나 역시 이게 가장 큰 원인이였다. 화장실은 고양이 화장실을 두기엔 최악의 위치다. 저처럼 위급한 상황에 마음졸이고, 큰돈나가길 원치 않는다면 애기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꼭!! 옮겨주길 바랍니다.

저때 약 이주가까이 음수량 채워주느라 후추랑 사이도 멀어지고 내 멘탈도 바스라졌다. 근데 결과는 화장실 위치였다니..
고양이를 키우면서 잘 안다 생각했는는데 나는 아직도 부족한 집사였다.

이렇게 예쁜모습 오래보려면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지.
그리고 반려동물이 아플때 집사들은 체력관리가 정말정말x999999 중요하다. 애기들 케어하다보면 이것저것 신경쓸게 너무 많아 지칠 수 있다. 내가 왜 몰랐을까, 나는 왜이리 부족할까라며 자책하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이제 알았으니 앞으로 더 잘해주면 되는거고, 체력이 부족하면 하나하나 챙겨주기 어려우니 꼭 충분히 자고 우리 애기들 잘 케어해줍시다🥰